참으로 오랫만에 읽은 책이다.
어찌나 오랫동안 책과 멀리하며 살았는지. 삶의 여유를 찾으면 책을 읽으리라 생각했지만 그건 변명일 뿐이다. 나만큼 삶의 여유가 넘치는 막학기 대학생이 어디있을까. 취업에 대한 걱정은 살짝 뒤로한 채 매일의 햇살을 만끽하며, 그 날의 바람향기를 온 몸으로 맡으며 사는 나같은 한량도 없을 것이다.
무엇인가를 향한 지적 갈구는 맛있는 것을 향유하고 찬양하는 것으로 대체 되었다. 처음에는 더 맛있는, 더 즐거운 먹을거리를 찾았다. 그러나 어느샌가 '점점 떨어진 상추 한장을 향해 달려 씹지도 않고 게걸스럽게 삼켜버리고는, 그렇게 낚은 것이 무엇인지는 삼킨 다음에야 알아버린, 우선 먹고나서 본다가 좌우명인 개'와 같이 변해 갔다. 음식을 즐기지 못하고 채우기 위해 먹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어느 정도를 넘어가는 순간 맛이 없는 음식으로 변질되었다. 본질은 변하지 않았겠지만, 내가 경험하는 음식은 처음의 것과 다른 것으로 끝이 났다. 즐거움은 매번 후회로 이어졌고 자책으로 이어졌다.
도대체 내가 '맛'을 추구하고 있는가, 아니면 배고픔을 충족시키고 있는가 고민하던 중 '맛'이라는 소설을 만났다. 어느 미식가의 이야기.
도대체 내가 '맛'을 추구하고 있는가, 아니면 배고픔을 충족시키고 있는가 고민하던 중 '맛'이라는 소설을 만났다. 어느 미식가의 이야기.
당대 최고의 미식가가 죽을 날을 이틀 앞두고 최고의 맛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그 기억의 여행의 끝에는 화려한 음식이 아닌, 추억으로 가득 찬 음식들이 있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온갖 음식들을 평가하며 좋은 음식, 나쁜 음식을
가렸고, 최고의 미사여구를 사용함으로써 음식에 가치를 매기며 평생을 보냈다. 그러나 죽기 전 마지막으로 최고의 한 입으로 선정된 것은 훌륭한 레스토랑의 음식도, 훌륭한 파티쉐의 빵도 아닌, 대량 생산되어 포장된 슈케트였다.
나는 꺽꺽거리면서 말한다.
“절대...... 르노트르가, 아냐, 과자점, 으로, 가지, 마....... 나는, 비닐, 봉지에, 든, 르클레르크, 슈를 원해.”나는 숨을 헐떡거린다.
“푹신한, 슈....... 나는, 슈퍼에서, 파는, 슈를...... 원해.” (p.139)
책의 마지막은 다음과 같다.
공장에서 만든 반죽과 당밀이 되어 버린 설탕으로 만든 슈퍼마켓의 슈케트와 혀의 신비한 결합 속에서 나는 신에 도달했다. 그 후 나는 그것을 잃어버렸고 내 것이 아니었던 찬란한 욕망, 내 삶의 황혼에서 그것을 내게서 훔쳐 갈 뻔한 욕망에 희생시켰다.
신, 다시 말해 가공 하지 않은 전적인 쾌락. 우리 자신의 핵으로부터 출발하여 우리 자신의 즐거움에만 관계되며 마찬가지로 거기로 귀착되는 것. 신, 다시 말해 본래적인 욕망과 순수한 쾌락의 극치 속에서 우리가 완전히 우리 자신인, 우리 내부의 신비로운 지역. 우리 환상 가장 깊숙이에 자리 잡은, 진정한 나 자신만이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중심점인 슈케트는 나를 살게 하고 존재하게 하는 힘의 승천이었다. 평생에 걸쳐 슈케트에 관해 쓸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평생에 걸쳐 그것에 반대해서 썼다. 그토록 오랜 방황 끝에 나는 죽음의 시간에 이르러서야 마침내 슈케트를 다시 발견한다. 그리고 결국 내가 죽기 전에 폴이 그것을 가져오는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먹는 것도, 사는 것도 아니고 그 이유를 아는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과 슈케트의 이름으로, 아멘. 나는 죽는다.(P.142)
소설 속 주인공은 평생에 걸쳐 자신이 써내려간 저작들도 슈퍼마켓에 마지막으로남은 슈케트 하나를 위해서라면 후회도 애석함도 없이 줘버릴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 내가 추구하는 것들이 진정으로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인가? 내가 죽기 전, 내가 살아온 평생의 삶이 사실은 진정한 기쁨과 즐거움과 동떨어져 있었다고, 후회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 이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슈케트가 어떤 빵일까 궁금해져
찾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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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_http://lesrecettesdalex.unblog.fr/2013/11/28/les-super-chouquettes/ |
Chouquette, 작은 배추라는 이름을 가진 이 빵은 네이버 프랑스 사전에는 설탕을 바른 작은 슈크림이라고 나오고, 위키백과에는
진주설탕이 뿌려진 슈 패스트리를가리킨다고 나온다. 여기저기 구글링해보니 프랑스 국민과자라고... 때때로 커스터드나 무스, 혹은 초콜릿칩이 뿌려져있거나 초콜릿에 딥핑해서 즐기기도 한다는데, 위의 사진과 같이 바삭한 종류부터 우리가 즐겨 먹는 베이비슈와 같은 종류까지 포함하는 듯 하다.
최고의 맛을 찾아
기억을 더듬어 떠나는 여행이었던 만큼, 그리도 최고의 미식평론가가 주인공인 소설인만큼 음식에 대한 묘사
또한 뛰어났다. 특히 토마토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긴 의자에 주저앉아 보리수 밑에서 나뭇잎의 자장가를 들으며 나른한 낮잠을 자다가 깨어난 나는 이 달디단 꿀의 차양 밑에서 그 과일을 깨물었다. 토마토를 깨물었다. (중략) 나는 한 번 이상은 다 먹어보았다고, 최고의 요리사들의 차림표들에서 영감을 받은 비평을 쓰면서 그 비밀을 꿰뚫었다고 제멋대로 생각했다.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인가. 얼마나 딱한 일인가. 나는 저열한 상술을 합리화하기 위해 신비가 없는 곳에서 신비를 만들어냈다. 도대체 쓴다는 것이 무엇인란 말인가? 아무리 화려한 비평일지라도 핵심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고 진실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으며 단지 유명해지는 즐거움에 종속되어 있을 뿐인데. 그러나 토마토, 나는 그것을 안다. 마르트 이모의 정원 이후로, 언제나 점점 더 매서워지는 태양의 작고 가냘픈 혹을 머금고 있었던 그 여름 이후로, 넉넉거하고 미지근한, 냉장고의 냉기보다 더 풍부한 즙으로 혀를 적시기 위해 내 이가 그 살을 찢은 이후로. 식초의 모욕과 기름의 거짓 고귀함은 토마토의 정수인 온화함을 숨긴다. 설탕, 물, 과일, 과육, 액체 또는 고체? 따자마자 마당에서 먹는 생 토마토는 단순한 감각들이 넘치는 뿔잔이며 입안에 퍼져 모든 쾌감을 한데 모으는 폭포다. 아주 조금, 아주 적당히 팽팽한 껍질의 저항, 녹신녹신한 과육, 입술 한구석으로 흘러내리는, 그리고 손가락을 더럽힐 염려 없이 닦아 낼 수 있는 노글노글한 씨 있는 액체. 자연의 급류를 우리에게 콸콸 쏟아붓는 이 작고 살찐 덩어리. 이것이 토마토다. 이것이 뜻밖의 사건이다.(P. 51)
아, 탱글탱글하고 과육으로 꽉 찬 싱싱한 토마토가 무척이나 땡기는 구절이었다. 참을 수 없었다. 방금 바로 딴 토마토는 아니었지만 싱싱한 토마토로 아쉬움을 달랬다.
- 이 책은 프랑스 작가 뮈리엘 바르베리의 처녀작으로, 세계 음식책 상(World Cookbook Fair Awards)에서 문학 부분최고상을 받았다고 한다.
- 프랑스 음식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내게는 너무 생소한 요리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몰입에 방해가 되었다. 아쉽다.
-맛있는 책. (반드시)싱싱한 토마토를 하나 준비하고, 가능하다면 소설 속 화자와의 소통을 위해 슈케트 하나도 들고 보면 더 좋을 책이다.
- 이 책은 프랑스 작가 뮈리엘 바르베리의 처녀작으로, 세계 음식책 상(World Cookbook Fair Awards)에서 문학 부분최고상을 받았다고 한다.
- 프랑스 음식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내게는 너무 생소한 요리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몰입에 방해가 되었다. 아쉽다.
-맛있는 책. (반드시)싱싱한 토마토를 하나 준비하고, 가능하다면 소설 속 화자와의 소통을 위해 슈케트 하나도 들고 보면 더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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